1986년 초기 그랜저의 임팩트를 기억하는가? ‘우리 아빠 그랜저 탄다!?’ 하면 그냥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듯 기절하는 친구들. (나도 그 중 하나.) 그만큼 그랜저는 시대를 대표하는 부의 아이콘이었으며,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는 가장 큰 자랑이었다.

하지만 자기가 먹여살린 동생들이 성장을 거듭하며 현대가(家)의 뒷방으로 물러난 이 녀석. 그렇게 사라질 것 같던 녀석이 갑자기 환골탈태를 하며 부활해버렸다. 물럿거라, 이런 근본도 없는 녀석들아.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의 ‘르 필 루즈 컨섭카’를 꿀꺽 삼킨 디자인.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의 그릴과 범퍼의 일체감. 풍부한 볼륨감과 캐릭터라인의 측면부. 지긋한 CEO들만 즐기던 자동차에서, 영 앤 리치들의 원 픽으로 거듭났다는게 학계의 정설.

휠 베이스 40mm, 전장 60mm, 전폭 10mm가 늘어나면서 요트급이 되어버렸다. 내장은 더욱 고급스러워지고, 신규GUI 적용 / SBW기어봉 / 전자식변속버튼 / 64색 앰비언트 라이트 등의 지리는 실내 편의사양과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지면이 부족하다!!)

들린다..! 땅을 치고 후회하는 제네시스 오너들의 소리가..!

6번의 세대변화. 그리고 생존. 그것이 그랜저가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와중엔 동생들이 치고 올라오고, 급기야 왕좌까지 빼앗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무례한 동생들의 아가리를 찢은 듯한 그랜저의 환골탈태. 심지어 17년도의 13만 2천대의 판매기록을 갈아치우며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다’ 라는 말을 증명하는 녀석.

누군가에겐 추억이며, 누군가에겐 자존심,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임을 여전히 느끼게 해주는 이왕의 귀환을 환영하며 평을 마친다.